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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상영과 상관없이 내가 올해 봤던 영화들 중 좋았던 걸 골라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본 순서대로 I Am Love (2009, 루카 구아다그니노) 이동진 기자가 극찬해서 극장으로 달려가 본 영화. 주연 틸다 스윈튼은 그래도 친숙하지만 아무래도 이탈리아 영화라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생경했다. 유럽 영화란~ 1월에 본거라 기억도 가물가물.. 인상적이었던 건 엠마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연출이 더없이 세심했달까. 연출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빛 줄기 하나하나 까지 세밀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해 내는 게 꼭 배우 혼자만의 역할은 결코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물론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영화에서 밀라노와 대비되어 나오는 바닷가 마을이 참 좋아보여서..
빨간 날도 아닌데 평일의 휴일이라니 이건 정말 주말이 열 번 오는 것보다 희귀한 날이거늘 그래, 잘 보냈니? 응. 아니라고 할 것도 없잖아. 출근할 때 일어나는 시간보다 4시간 정도 더 늦게 일어났다. 어느덧 이 시간이 됐다. 깨어있었던 약 16시간 동안 나는 세 번 식탁을 차렸다가 치웠고 후라이팬을 세 번, 냄비를 세 번 달궜다. 외출하려고 렌즈를 꼈다가 전화 한통을 걸고 30분만에 다시 뺐다. 너댓개의 트윗을 띄웠다. 뜬금없이 내인생(?)에 끼어드는 팔로어를 처음엔 찜찜하게 여기기도 했는데, 몇몇 사람들과 '맞팔'하고 하루 동안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괜한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그 몇몇 중 다시 몇몇은 언팔하기도 했다. 맺고 끊기 참 간단한 세상이다. 몇일 전에 산 책에 눈길만 몇 번 주었다. ..
"글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이십 대답게 사는 모든 행위가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는아주 안온한 삶에 대한 갈증도 있어요. 편안하면 좋겠고, 예쁘게 웃으면서 돈 벌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있는데 그걸 계속 떨쳐내고 이십대의 나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이미 조숙증을 앓았던 사람이고, 세상을 요령 있게 살 수 있는 룰 같은 것도 어느 정도 터득했는데 그걸 버려야 하는 거예요. 나는 너무 현실적인 놈인데 현실에 머물러 있지 못하겠다는 딜레마에 빠진 거죠. 왜냐 하면 세상에서 성숙이라고 하는, 어떤 해답을 찾고 거기서 멈추고 가진 것들을 지키면서 눌러앉는 방식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미성숙이거든요. 끊임없이 답을 구하고 질문하고 앞으로 나가고 무너지기도 하는 거야말로 진짜 성숙한 자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