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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억(하와이 신혼여행기 프롤로그)

chirisa 2018. 5. 16. 13:00
6박 일정 중 넷째 날이었다. 스노클링 같은 물놀이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쉬고있었다. 오빠는 한 숨 자고있었고, 나는 샤워 후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발코니에서 다음 일정을 체크하고 있었다. 룸에 비치되어있던 커피도 내려서 홀짝거리면서..


평화로운 한 때






그리고 몇분 후 내가 마주한 현실은 이렇다.










내 기억에 의하면 우리 룸은 9층. 핸드폰이 자유낙하한 지점은 지상 3층 옥외주차장. 내 불쌍한 핸드폰은 호텔 6층 높이의 지구 중력을 체험한 것이다..

핸드폰이 통통통 하며 발코니 난간 밖으로 나가는 걸 지켜보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무력함이란...
헐레벌떡 달려나가 잔해들을 줍고 룸에 와서 정신 차리고 인증샷을 찍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우선은 차량이나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 천만 다행이라는 것. 그리고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살릴 수 있을까? 라는 걱정. 그리고 바로 그 전날 밤에, 사진 좀 백업해놓는 게 어떻냐던 오빠의 조언. 그리고 귀찮아서 넘겨버린 나..
굳이 오빠 노트북에 백업할 것도 없이 그냥 클라우드 앱 한 번만 실행시키면 되는 일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건 후회와 반성.... 그리고 뼈저린 교훈!

백업은 수시로.





제작년 11월에 그렇게 슬픈 사연을 품은 하와이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지금까지 약 1년 반 동안 하와이 다시 가고싶다는 생각을 한 주에 최소 두 번
2*4주*18개월=144
그러니까 못해도 140번 정도는 한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여행사진을 들춰보며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곤 했었다. 그리고 또 그 때마다 왜 사진이 고작 이것 밖에 없는가를 떠올리면서 후회+반성+백업해야지(다짐)을 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백업-실행이 아닌 백업해야지(다짐) 이라는 거지만 어쨌든..

그렇게 있는 사진에 의존한 여행기억을 곱씹으며 살던 중, 얼마 전 절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고 하와이로 여행을 떠났는데 하와이에있는 친구가 너무 부러운 나머지 내가 하와이에 있는 망상을 하다보니 그리움이랄까 여행 뽐뿌랄까 그런 게 안채워지는거다. 급기야 나는 어느 깊은 밤에 여행일정을 정리했던 수첩을 꺼내고는 핸드폰 불빛(남편과 아이는 한밤중이기에)을 비춰가며 내 여행기억을 소환했다. 일정을 보고 그날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완전히 잊고 지낸-사진이 없는- 기억이 하나 둘 생각났다.

사진 덕분에 기억이 생생히 남기도 하지만, 사진 찍은 것만 기억하는 딜레마. 희안하게도 사진을 잃자 찾을 수 있었던 어떤 기억들.. 거참 재밌다.


하와이에서의 시간이 정말 좋았더래서 언젠간 꼭 블로그에 기록해 놓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진에 의존하지 말고 기억과 글 기록을 통해서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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