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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전업주부가 되는 망상

chirisa 2018. 6. 5. 15:15

이건 그러니까 그냥 망상이다. 

맞벌이 못지않게 돈을 버는 외벌이 남편을 둔 전업주부, 전업육아 중인 나를 상상해본다. 은행대출이 절반 이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자가 명의의 집에 살고 있고,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 살림을 꾸린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고있을까. 어떤 감사와 어떤 불만을 품고 살까. 

전업주부들에게 돌 맞을 발언일지 모르나, 지금 생각 같아서는 나는 꽤 만족하면서 내 업을 열심히 수행하려고 할 것 같다. 전업주부로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밖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고, 집에서는 되도록 안식을 느낄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물론 독박육아는 정말 사람 진을 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다는 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없고, 화장실도 맘편히 못가고 개운히 씻을 수도 없는.. 

집안일은 또 어떤가, 잘 하면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티 나는 게 집안일. 

그래도, 나는 감사하며 살 것 같다. 근데 그게 밖에서 일하는 것 보다 결코 쉬운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의 만족도, 성취감, 사회적 인식 같은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면 이건 노동력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떤 숭고한 희생을 필요로 한다. '희생' 이라고 표현하면 마치 희생을 종용하는 듯한 느낌이라 별로이긴 한데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냥, 그렇게 "집 안" 사람으로 산다는건, 그러니까 이 현대사회에,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적 역할을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부터 "집 안" 사람으로 산다는건, 그냥 단순히 물질적 노동만으로 값을 메길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전업주부인 여자, 돈 벌지 않는 며느리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왠지 좀 '편하게 산다' 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씁쓸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물게 들리는 전업주부 남편을 보는 시각은 왜, '대단하다' 라는 시각인걸까? 그냥 나만의 생각인걸까? 

아 근데 하긴 또 어떤 이는 커리어 살려서 계속 일하고싶은데 전업주부를 강요하는 환경에 처해있기도 하지. 쉽게 일반화 하면 안되는 문제.. 



아, 잘못하면 요즘 이슈인 남녀싸움 거는 얘기로 보일 것 같아 조심해야겠다. 난 그냥 현실을 얘기하고 있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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