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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앤 센서빌리티

chirisa 2008. 3. 30. 12:16

블로그를 진득하니 잘 꾸려나가는 능력이 없는지라 영화를 본 김에 뭐라도 써야지 하는 (숙제하는.. 쿨럭)마음으로.

제인 오스틴 소설 「Sense and sensibility」를 어제 새벽에 막 덮고 오늘 아침 이안 감독의 「Sense and sensibility」를 봤다. (쓸데없이 이런 때만 빠릿빠릿 하기는..)

그나저나.... 이야.. 일요일인데 8시도 채 안된 시간에 일어났더니 아침을 먹고 티비 앞에서 빈둥 대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네이버에 좀 낚이다가 무려 영화를 한 편 봤는데도 아직 정오를 넘기지 않은 시간이라니... 좋은......데...?

아무튼 제자리로 돌아와서

책을 다 읽은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영화를 보다니..(바보) 보는 내내 다음 상황을 미리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약간 안타까울 정도였다고..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충실했다. 추천이 있었던지라 상당한 기대를 안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실망같은 건 전혀 없었고, 재미도 있었다. 캐스팅도 좋았다.

영화를 먼저 봤어도.. 분명.... 아니 그 이상으로 만족했겠지.
영화와 소설 중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할 것이냐! 아아... 너무 어려운 고민이로다. 어느 쪽이던 분명 잃을 것이 있을게야. 잃을 것이 아니라 얻을 것에 대해 생각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Sense and Sensibility (1995)

 

센스 앤 센서빌리티.
이성과 감성. 혹은 분별과 감성... 내가 처음에 Sense and sensibility라는 제목을 보고 떠올린 건 감각과 감수성이었다. 클클클

제인 오스틴의 초고는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이후에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는 제목으로 고치고 익명으로 출판을 했는데, 제인 오스틴과 그녀의 조카가 함께 서점에 들렀는데 조카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말하길, "제목이 이 모양이니 엉터리가 틀림없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재밌어)
내가 소설을 무지무지 많이 소화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에 대해서 뭐라 평을 내리기는 정말 두렵고도 어렵지만, 글 읽는 속도가 느린 나도 재빨리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걸 보면 분명 무지 재미있는 책 임에는 틀림없다.
알려진 대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당대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주 인데, 이 한정되고 보편적인 주제에 있어서 최고의 문학가로 꼽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느꼈다. 그리고 그 당시 중상류층의 생활상, 사교문화 등이 정말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에도 아마 역사적인 가치가 있겠다. 그리고 인물의 성격에 대한 매우 자세하고 깊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내겐 꽤 중요한 덕목!- 묘사도 훌륭하다. 우스꽝스러운 인물에 대한 풍자도 매우 재밌고. 우스꽝 스러운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쉬우드 가족


배우로는 엠마 톰슨과 케이트 윈슬릿, 휴 그랜트, 알란 릭맨 등.. 당시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10년 이상의 시간이 훌쩍지난 영화- 지금으로선 굉장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셨다. (즐겁도다) 포스터에 이 네 명의 이름이 크으게 박힌걸로 보아 당시에도 이미 날리는 배우였음이 틀림 없겠지. 난.... 영국배우가.... 좋다. 아니 그렇다기 보단, 좋아하는 배우 중에 영국 사람이 좀 많은 것 같다. 흠. (조니뎁은 독보적이니까 열 외. 그리고 딱히 국적을 따지는 게 별 의미가 없는 배우이기도 하고.)
영화 속 케이트 윈슬릿은 아직 소녀이고, 엠마 톰슨은 주름이 별로 없으시며, 휴 그랜트는 감동이 일 정도로 훈훈한 미모를 날리시고, 알란 릭맨은 이미 중후한 멋을 풍기셨다. 그 멋진 목소리는 어디 갔을리 없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윌러비와 메리앤


사용자 삽입 이미지브랜든대령과 메리앤


그리고 영화가 나왔을 당시 휴 그랜트가 에드워드 역을 연기하기엔 너무 잘생겼다는 게 문제가 되었었다고 들었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에드워드를 생각하면... 그렇긴 그렇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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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비중있는 주인공이라면 당연히 엘리너인데, 엠마 톰슨이 정말 훌륭하게 잘 해냈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인물의 속마음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 아무래도 당연히 소설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책에 그려지고 있는 그 상세한 엘리너의 속앓이에 대한 표현이 엠마 톰슨을 통해서 전혀 부족함 없이 그려졌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이미 원작을 읽었기 때문이었을까? 확언할 순 없지만, 어쨌거나 에드워드의 방문과 기쁜 소식에 터진 엘리너의 울음은 오히려 소설에서 느낀 것보다 더 큰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엠마 톰슨이 각본을 맡았다. 집안이 영화인 집안이고 대학에서도 영문학인가를 전공했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고보니 정작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나도 안 한듯?
「엘리너와 메리앤」, 「이성과 감성」 이라는 제목으로 대충 느낄 수 있듯.. 이성과 감성은 엘리너와 메리앤이라는 두 자매의 성향, 특히 사랑에 대한 성향을 상징한다. 두 자매는 각기 다른 사랑을 하고 그 사랑으로인한 아픔을 겪게 되는데 언니인 엘리너는 이성, 분별력, 자제 등을 미덕으로 여기며 행동하고, 반면에 동생인 메리앤은 열정적이고 순수한 감성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메리앤은 자신의 열렬한 감성의 분별없음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고 자신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게 되니, 제인 오스틴의 입장에서는 엘리너과 같은 성향을 더 큰 미덕으로 삼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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