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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제주도 여행 넷째날 본문
서귀포로 먼 길을 가야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빗줄기가 굵다.
아침을 먹고 짐을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해 보지만 우산 들 손은 없고..
한라산 하산할 때 썰매로 썼던 비닐우비가 오늘 제 역할을 하겠구나! 한 번 사서 요긴하게 써먹는다 헿
읍내 약국에 가서 파스 좀 사 붙이고 갈 생각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가 읍내까지 태워주신단다! 앗싸
읍내에 들어섰는데 반대편으로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보인다. 이걸 놓치면 몇십분을 또 기다려야 한다고 약국은 서귀포에서 들르고 어서 타라는 아자씨.
네! 고맙습니다아!
노랗고 커다란 비닐을 뒤집어 쓴 누가봐도 여행객 두 명은 그렇게 버스를 타고..
서귀포까지 Zzz...
긴 시간 자다 깨다 하며 드디어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예약을 해 놓았지만 좀 걸어야할 듯 해서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이마트에 잠시 짐을 놓고 서귀포오일장을 갈 에정이었는데...
이마트 휴무.. 이런 빌어먹을^^
약국에 가서 파스나 좀 사서 붙여야겠다 했는데 약국도 휴무... 니미..ㅠ ㅠ
옆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효능이 의심스러운 파스를 사본다.
짐 맡길 곳도 없으니 숙소에 먼저 가야지.. 택시를 잡아 타고 아저씨에게 위치 설명을 해가며 어렵게 소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문이 잠겨있다! 계세요...? 이 집엔 왜 벨이없지..
다행히 비는 잦아들었다
외관은 이쁘지만 도보 여행자에겐 위치가 다소 불편한 소소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6인실로 안내를 받고..
대충 짐만 놓고 나온다. 비는 잦아들고 있으니 우산만 살랑살랑 들고~
폭우를 만날 줄 몰랐던 이 때.
길가에 귤나무 꽃나무.. 날씨가 따뜻하다
숙소에서 5분남짓 걸어 내려오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고래왓이라니.. 동네 이름이 귀여운 데가 있어..
서귀포시내에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갈수록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장난이 아니다.
내생에 폭우 중의 폭우를 제주도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버스에서 내려서 시장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비가 너무 심하게 온다. 택시를 타자. 우산은 소용도없고 이미 바지는 거의 다 젖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홀딱 젖겠지.
쏟아지는 폭우의 양을 도로가 감당을 못해서 차가 물길을 해치고 달리고~
서귀포오일장은 다행히 튼튼한 지붕아래에 있는 실내 장! 폭우를 뚫고 무사히 도착했다.
소세키가 꼭 가보고 싶어했던 재래시장.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고. 제대로다.
입구에서는 선거유세가 한창이고... 아이고 시끄러워
시장구경은 먹는걸로 스타트
언제 먹어도 맛있는 떡볶이, 튀김
간단히 먹고
좀 돌아다니다가 또 딴 집에서 고로케랑 팥빵 하나씩 사묵고
생과자 집에서 이것 저것 담아보고
속안이 붉은 신기한 레드키위. 구경만 하려다가 아줌마에게 강매당함ㅋㅋ
재래시장 오랜만이라 이런 분위기도 잊고 살았네
여행중이라 한 바구니는 많으니 반만 달라고 하자
흔쾌히 알았다며 봉지에 담아주시는데 한 바구니랑 별반 차이 없는 양이다ㅋㅋㅋ
고맙습니당~
여행간 딸년보다 옥돔을 반기실(?) 소세키 아부지를 위해 옥돔 사러 왔수다
특산품은 여기서 계산하고 택배로 보내달라고 할 수 있다
규모가 참 큰 서귀포오일장!
나도 집에 뭐 하나 보내야겠다 싶어서 식상하게 귤집을 어슬렁~
귤, 천혜향, 황금향, 한라봉.. 비슷비슷한 것들이 종류가 많네
난 왠지 이름이 귀티나는 황금향으로! 맛을보니 참 달다.
집에 하나, 인천 이모네 집에 하나 택배로 보내주세용~
나도 먹어보려고 낱개로 몇 개 얻어왔다.
황금향은 귤에 비해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다.
내가 산 게 아주 고품질은 아닌 것 같지만.. 맛은 있었어.
황금향과 옥돔을 주문한 곳. 명함 한장씩 주시고..
시장구경을 마치고 서귀포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소세키는 이미 가보긴 했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이중섭거리 쪽으로..
당근케익을 파는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문을 닫았네..힝
맞은편에 예쁜 카페가 보여서 쉬어갈 겸 들어갔다.
발목통증이 전혀 낫질 않는 병약 소..
잠시 쉬어간 카페
난 허니레몬티
소는 딸기쥬스...를 시켰던 것 같은데
우유를 타먹는 특이한 메뉴가 나왔지만 소세키에겐 의미없는 우유..
이중섭 거리
이런 극장이
이중섭 작품들로 꾸며진 거리
이중섭거리를 내려가다 보면 이중섭님이 살던 거주지가 나온다.
현재 다른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써있고 신발도 있긴 한데
사실 겉으로 보기엔 사람 사는 집으로 보이진 않음
관광객이 계속 드나드는데 여기서 살기 불편하지 않으신가...? 너무 신기하다
서귀포시는 이중섭 선생이 한 때 작품활동을 하였던 곳으로 그 역사성을 기념하여 여기에 표석을 세운다.
ㅈㅜㅇㅅㅓㅂ
폭포를 하나 보기로 했어서 가까운 천지연 폭포로 향했다. 거리 구경을 하면서.
평소 같으면 더 먼 거리도 잘만 걸었을 우리지만
소의 발목은 전혀 나아지질 않고.. 천지연 폭포까지 가는 길은 고행길이었다 ㅜ ㅠ
끊임없이 지도 어플을 확인하면서 갔는데 어쩌다보니 천지연 폭포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제대로 구경하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상황..
소 발목과 내 근육통으로 계단은 좀 힘들었기에 우린 반쯤 포기하고 다른 곳에 나있는 으로 들어가 봄. 혹시나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천지연폭포를 그나마 봤다고 할 수 있는 건 이게 다였다.
폭포의 뒷(?)모습....ㅋㅋㅋ
비가 많이 와서 흙탕물이 되어버렸어
에잇 몰라 집에 가자!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가장 마주친 사람이 많았던 소소.
아기자기하면서도 생활감이 느껴지는 예쁜 집이었다.
여긴 거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몇몇 사람들이 여기 모여 앉아 맥주와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소소 게스트하우스의 특징이라면 주인의 커피사랑이 묻어나는 주방.
로스팅기, 분쇄기, 드립커피머신, 핸드드립 도구, 모카포트 등 왠만한 커피 도구들이 주방에 갖춰져 있다.
묵어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라고 안내와 함께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제공한다.
시내에서 김밥에 빵에 이것 저것 사왔음. 오늘의 저녁은 여기서 해결~
시장에서 사온 레드키위도 깎아서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거실에 있는 제주도 여행책자를 뒤적이다가 천지연폭포와 만남. 안녕?
소소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시간 남짓 걸어가면 폭우가 왔을 때만 구경할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엉또폭포가 있다고 해서 구경가고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소세키 발도 아프고 나도 힘들고... 폭포와는 연이 없었던 제주도.